나른한 몸을 침대에 누인다.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밀려드는 졸음을 이겨낼 방도가 없다. 해야할 일이 산더미 같이 쌓여 있음에도 졸린 눈을 못 이기는척 감는다. 푹신한 침대 보다 날 더욱 편하게 만드는 것은 창문으로 넘어들어오는 따스한 봄 날의 햇살이다. 파릇하게 돋아나는 새싹이 흔들리는 걸 보니 봄 바람이 불고 있나보다. 살랑 거리는 나뭇가지에 메달린 꽃들과 여린 새싹들을 보다가 잠이 들었다.
“See you later baby. Have a good day~”
얼마나 잤을까? 복도에서 들려오는 상쾌한 목소리에 잠이 깼다. 옆집에 사는 아가씨인가보다. 항상 밝게 웃는 그녀의 얼굴을 스쳐가며 본적이 있다. 나도 모르게 웃어본다.
샤워를 마치고 몸에 물기를 털어내는데 밖에서 Penny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들린다. 어지간히 급한가보다. 나보다 3살이나 많지만 동생처럼 느껴지는 건 애띤 그녀의 얼굴 뿐만이 아니다. 소녀 같은 그녀의 행동에 난 매일 같이 웃게된다. “Jenny~ open the door pleas. I can’t wait any more.” 조금 약올려 줄까 생각했지만 그녀의 다급한 목소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었다. 몸을 배배 꼬며 들어와선 나를 밀어낸다. 젖은 머리를 말려가며 커피를 내린다. 오늘도 어제와 비슷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것 같아 웃음이 난다.
먼지가 쌓인 fm2 안에 유통기간 지난 필름 하나를 넣는다. 바람이 좀 차갑지만, 봄이 아닌가. 나름 봄을 맞아 볼 요량으로 방을 벗어나본다. 겉옷을 가져오길 잘했다 싶다. 나가자 마자 손에든 겉옷을 입는다. 카메라를 이 손에서 저 손으로 옮겨가며 옷을 몸에 걸친다. 그리고 눈을 든다. 카메라를 든다. 그리고 봄을 담아보려 기웃거린다. 그리 쉽사리 제 속을 보여주지 않는 봄 때문에 한참을 걷는다. 바람이 차다. 봄은 아직인가?